[한국기독공보 연재] 기막힌 그 말씀 (1) "하늘을 찢고" > 새한글 자료실

본문 바로가기

[한국기독공보 연재] 기막힌 그 말씀 (1) "하늘을 찢고"

페이지 정보

작성일2025-06-17

본문

아래는 「한국기독공보」 2025년 5월 14일자 인터넷 판에 게재된 연재물 

[기막힌 그 말씀] <1> (https://www.pckworld.com/article.php?aid=10656152875)을

한국기독공보사의 허락을 받아 옮겨 적은 것입니다. 

 

 

이번 호부터 ‘기막힌 그 말씀’ 연재를 시작합니다. 새한글성경 구약의 책임 번역을 맡았던 박동현 장신대 은퇴교수가 성경 한두 절을 중심으로, 그 말씀의 신학적·역사적 맥락과 오늘날 신앙과 삶에 주는 깊은 의미를 전합니다. 말씀의 깊이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기(氣)막히다’라는 말의 뜻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두 가지로 풀이합니다. 하나는 “어떠한 일이 놀랍거나 언짢아서 어이없다”입니다. 다른 하나는 “어떻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좋거나 정도가 높다”입니다. ‘성경에는 기막힌 말씀이 차고 넘친다’고 할 때 ‘기막히다’는 두 번째 뜻을 띤다고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첫 번째 뜻을 지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뜻을 띠지만 알고 보니 두 번째 뜻이라 할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새한글성경’에서 그렇게 기막힌 말씀의 보기로 이사야 64장 1절과 마가복음 1장 10절, 15장 38절을 들 수 있습니다.

 

“주님이 하늘을 찢고서 내려오신다면, 주님 앞에서 산들이 흔들릴 것입니다”(사 64:1). 오래전 큰 고난을 겪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 몸소 하늘을 '찢고' 내려오셔서 놀라운 구원을 이루어 주십사 간구한 것입니다.

 

수백 년 뒤에 하나님이 마침내 이 기도에 응답이라도 하시듯이 하나님의 아드님을 이 땅에 내려보내셨습니다. 예수님은 본격적으로 나서실 즈음에 요르단강에서 세례받으셨습니다. 세례받으시고 물에서 나오셨을 때 “하늘이 찢어지고 성령님이 비둘기처럼 예수님에게 내려오셨다”고 합니다(막 1:10).

 

또한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숨을 거두시자 “거룩한곳(성소)의 나눔막이 위에서 아래까지 둘로 찢어졌다”고 합니다(막 15:38). 예루살렘 성전의 가장 안쪽인 지성소와 그 앞 공간인 성소를 나누는 막이 찢어졌다는 것입니다. 지성소에는 이스라엘의 대제사장조차 한 해에 한 번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지성소는 하나님이 머무시는 성전의 핵심 공간입니다. 그처럼 가장 거룩한 곳을 가리던 막이 찢어졌다는 것입니다. 하늘을 찢고 내려오신 하나님의 아들이 십자가에서 숨지심으로써 지성소를 가리던 막을 하나님이 찢으시고 이 땅의 모든 사람에게로 나아오신다는 뜻으로 이해할 만합니다. 그 후로는 대제사장뿐만 아니라 보통 제사장도, 레위 사람도, 이스라엘의 보통 사람도, 마침내는 이방 사람들도, 그래서 오늘 우리도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일 년에 단 한 번이 아니라, 언제라도 그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원어 성서를 보면 ‘찢다’, ‘찢어지다’는 뜻의 표현이 세 군데의 말씀을 하나로 묶어 주면서 한 가지 중요한 흐름을 알려 줍니다. 그 때문에 표현이 어색해지는 것은 감수합니다. 막이 찢어졌다는 마가복음 15장 38절의 표현은 어색하지 않습니다. 이와는 달리 하늘을 찢거나 하늘이 찢어진다고 하는 이사야 64장 1절과 마가복음 1장 10절의 표현은 당황스럽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보통 ‘하늘을 가르다’, ‘하늘이 갈라지다’로 번역해 왔습니다. 이제 ‘새한글성경’에서는 이 세 군데 말씀을 서로 관련시켜 읽도록 안내합니다. 이 세 군데 말씀은 기막히는 말씀이라는 사실을 독자들이 깨닫게 하려 합니다.

 

이런 기막히는 말씀을 읽는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견디기 힘든 고난을 당할수록 하나님이 하늘을 찢고 내려와 도와주시기를 간구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숱한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마침내 응답하시듯이 하나님이 하늘을 찢고 이 땅에 예수님을 내려보내셨다는 소식에 감격했습니다. 세례받은 예수님에게 하늘이 찢어지고 성령님이 예수님에게 내려오셨듯이, 우리에게도 하나님이 하늘을 찢고 성령을 내려 주심을 믿고 감사드립니다. 부당하게 어려움을 겪고 견디기 힘든 수치 가운데 우리의 목숨이 끊어질지라도 그런 우리의 헌신을 통해 하나님이 모든 사람에게도 나아가시는 길이 활짝 열린다는 점을 믿어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도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온갖 가림막을 찢어버리는 일에 기꺼이 나섭니다.

 

성경 번역이 그런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성경 번역은 원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가리어져 있었던 막을 찢어버려 누구나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 

 

구약성서는 대부분 히브리어로 쓰여 있고, 일부는 아람어로 쓰여 있습니다. 그 성경이 약 2600년 전에 그 당시 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그리스어로, 그것도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들도 아는 쉬운 그리스어로 번역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덕분에 그때까지는 이스라엘 사람들, 그 가운데서도 히브리어와 아람어는 아는 소수의 이스라엘 사람들만 읽을 수 있었던 성경을 당시 그리스어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들이 바로 초기 그리스도인들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그리스어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나라 말로 번역되는 일이 계속되어 오늘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신약성서는 그리스어로 적힌 책입니다. 그래서 그리스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가리어진 책이었습니다. 이 책이 각 나라의 말로 번역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신구약이 모두 한글로 처음 번역된 때는 1911년이었습니다. 2024년 말에 ‘새한글성경’이 나오기까지 113년 동안 여러 가지 번역본과 개정본이 출간되었습니다. 그래서 시대마다 새롭게, 세대마다 자신들에게 알맞는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원어 성서나 오래되어 읽기 힘든 번역본들을 가리고 있던 막을 찢어서 누구나 하나님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이 일은 세상 끝날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박동현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구약학 교수 역임, 새한글성경 구약 책임 번역자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