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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공보 연재] 기막힌 그 말씀 (2) "애간장이 들끓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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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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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한국기독공보」 인터넷 판 2025년 5월 27일자에 게재된 연재물 

[기막힌 그 말씀] <2>(https://www.pckworld.com/article.php?aid=10673599211)를

한국기독공보사의 허락을 받아 옮겨 적은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나의 애간장이 들끓는구나”(새한글성경 렘 31:20) - 여기서 ‘나’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래서 기막힌 말씀입니다. 2600여 년 전 예레미야를 통해 들려주신 말씀입니다. 하나님을 거스르다가 아시리아에게 망해 버린 북왕국 이스라엘 백성을 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망해버리고도 100년이 지난 때입니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여전히 가슴아파하십니다. 뜨거운 사랑으로 애간장이 들끓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애간장’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명사는 본디 ‘창자’를 뜻합니다. 옛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창자’는 감정이 자리 잡고 있는 내면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들끓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동사는 때때로 바닷물이 무섭게 출렁이는 모습을 묘사할 때 씁니다. 그래서 ‘애간장이 들끓는다’ 함은 한 인격체의 내면이 엄청나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표현합니다.

 

‘애간장’은 ‘애’의 강조형입니다. ‘애’는 초조한 마음속을 뜻한다고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알려 줍니다. ‘초조하다’는 ‘애가 타서 마음이 조마조마하다’를 뜻합니다. 사실은 마음이 조마조마한 정도를 넘어서서 안타깝고 아프고 괴로워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애간장이 들끓는다’, ‘애가 탄다’ 등의 표현을 씁니다.

 

새한글성경 구약성서에서도 그런 보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보십시오, 여호와여! 나의 애간장이 탑니다. 속이 뒤집어졌습니다. 내가 거스르고 거슬렀기 때문입니다. 밖에서는 칼이 아이들을 없애 버리고, 집 안에도 죽음뿐인 듯합니다”(애 1:20). “눈물로 내 눈이 흐릿해지고, 내 애간장이 타는구나. 내 간이 땅에 쏟아졌구나. 딸 나의 백성의 상처 때문이구나. 어린이와 젖먹이가 성읍 광장에서 지쳐 쓰려져 있기 때문이구나”(애 2:11). 북왕국 이스라엘이 망하고 130여 년 지나서 남왕국 유다도 망합니다. 바빌로니아 군대에게 예루살렘이 점령되고 파괴됩니다. 그 폐허더미에서 이처럼 쓰라린 탄식 소리가 울려 펴진 것입니다. 견디기 힘든 고난을 겪는 욥의 입에서도 비슷한 탄식이 흘러나옵니다 - “내 속에서 애간장이 녹아내리는구나!”(욥 19:27).

 

애간장이 타고 녹아내리고 들끓는 사람들의 고통을 하나님은 너무나도 잘 아십니다. 그래서 심지어는 자기 죄로 망해서 괴로움을 겪는 백성 때문에 “나의 애간장이 들끓는구나”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레미야 31장 20절의 이 기막힌 말씀은 누가복음 15장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비유의 배경이라고들 합니다. 집 나가 온갖 괴로움을 겪는 아들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아버지의 이야기에서 오늘 우리는, 일찍이 자신들의 잘못으로 망해버린 백성 때문에 애간장이 들끓도록, 애태우시는 하나님을 다시 만나 뵙습니다.

 

그런데 이 하나님이 옛 북왕국 이스라엘 사람들만 그처럼 뜨겁게 사랑하신 것이 아닙니다. “굽어 살펴 주십시오. 하늘에서부터! 보십시오, 주님이 계시는 거룩하고 영광스러운 곳에서부터! 주님의 열정과 능력이 어디 있습니까? 주님의 애간장이 들끓고 주님이 가엾이 여겨 주셨는데, 이제는 나에게 그렇게 하지 않으십니다”(사 63:15) - 남왕국 유다 백성은 자신들 때문에도 하나님의 애간장이 들끓고 있음을, 하나님이 애태우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런 까닭에 나의 애간장이 모압을 위해 기타처럼 소리 내며 들끓는다”(사 16:11)고 합니다. 모압 백성을 위해서도 하나님의 애간장이 들끓는다는 것이 아닙니까! 모압이 누구이던가요? 아브라함의 조카 롯의 외손자 가운데 한 사람이 아니었던가요? 그에게서 비롯된 백성이 모압 백성입니다. 이 경우 ‘모압’을 우리는 이스라엘 사람 아닌 ‘이방 사람들’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이해합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하나님을 섬기지 않는 이방 사람들의 고통에도 애 태우신다는 것입니다. 그 이방 사람들 안에 우리 한국 사람들도 들어 있습니다!

 

지난날의 북왕국 이스라엘 백성, 남왕국 유다 백성이 하나님을 섬긴다 하면서도 실제로는 하나님을 거슬러 망했다면, 이방 백성들은 하나님을 아직 몰라 하나님을 거스르다가 망했습니다. 하나님의 세계 통치와 구원의 계획 안에서 이스라엘이 첫 자리를 차지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을 거슬렀다는 점에서는 이스라엘이나 이방 세계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스라엘의 죄가 더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시기 앞서 온 누리를 지으시고 다스리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세상 모든 사람의 하나님이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에 사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사랑하십니다. 아직 하나님을 모른다 하더라도 하나님이 지으신 사람이 고통을 받는다면 하나님도 괴로워하십니다. 바로 이 점에서 그런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괴로움뿐만 아니라 이 세상 사람들의 괴로움을 나 몰라라 하지 않습니다. 고난이 있는 곳에 하나님의 마음이 머무시기 때문입니다. 그 곳에서 하나님의 애간장이 들끓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애 태우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애간장이 녹아내리시기 때문입니다.

 

 

박동현 은퇴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구약학, 새한글성경 구약 책임 번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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