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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공보 연재] 기막힌 그 말씀 (4) "알아듣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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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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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한국기독공보」 인터넷 판 2025년 6월 25일자에 게재된 연재물 

[기막힌 그 말씀] <4>(https://pckworld.com/article.php?aid=10707656683)를

한국기독공보사의 허락을 받아 옮겨 적은 것입니다.

 

 솔로몬이 임금자리에 오른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지요. 솔로몬은 기브온으로 가서 1000마리의 다 태우는 제물(번제물)을 제단 위에 올립니다. 그날 밤 꿈에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나타나 말씀하십니다. - “내게 달라고 하렴! 내가 너에게 무엇을 줄까?” 열왕기상 3장 5절에 들어 있는 말씀입니다. 솔로몬이 길게 대답한 말의 끝부분이 이러합니다 - “주님의 종인 나에게 알아듣는 마음을 주십시오. 주님의 백성을 재판하여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분별하도록요. 아니면, 그 누가 주님의 이 까다로운 백성을 재판하며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9절에 들어 있는 말입니다.

 

 솔로몬이 다른 모든 것을 제쳐 놓고 “알아듣는 마음”을 구한 까닭이 무엇인가요? 하나님의 백성을 제대로 다스리자면, 재판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닙니까? 하나님의 뜻을 받들어 하나님의 백성을 다스릴 임금이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재판이라는 것입니다. 백성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을 때 이를 잘 가라앉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새한글성경에서 ‘재판하며 다스리다’로 번역한 히브리어 낱말은 ‘샤팟’입니다. ‘판가름하다’를 뜻하는 이 동사가 문맥에 따라서는 ‘다스리다’라는 뜻을 지니기도 합니다. 한 공동체의 최고 지도자에게 이 동사가 쓰일 때는 ‘판가름하여 다스리다’를 뜻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백성 사이의 다툼을 가라앉히기 위해 바르게 판가름하는 것이 통치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샤팟’에 들어 있습니다. 솔로몬 이전 사사 시대 때 이미 그러했습니다. ‘사사’로 번역된 히브리어 낱말 ‘쇼펫’은 동사 ‘샤팟’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솔로몬이 재판하며 다스릴 백성은 이스라엘 백성입니다. 만만찮은 백성입니다. 이집트를 떠나 광야 길을 거쳐 약속의 땅에 이르는 동안 거듭거듭 하나님을 거슬렀던 백성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이지만 “까다로운” 백성이었습니다. 이런 백성을 잘 돌보고 이끌도록 하나님이 솔로몬에게 맡기셨습니다. 그러니 솔로몬으로서는 이들을 잘 재판하며 다스려야 한다는 점이 무겁게 느껴진 것입니다. 그러자면 “알아듣는 마음”이 꼭 있어야 했습니다.

 

 여기서 ‘알아듣다’로 번역된 히브리어 낱말은 본디 그냥 ‘듣다’를 뜻합니다. 그렇지만 이 문맥에서는 그냥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듣다’를 뜻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알아듣다’라는 낱말의 뜻을 “남의 말을 듣고 그 뜻을 알다”와 “소리를 분간하여 듣다”의 두 가지로 풀이합니다. 그런데 솔로몬이 듣고 그 뜻을 알아야 하고 분간하여 들어야 할 것은 그냥 사람의 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솔로몬은 먼저 하나님의 말씀을 알아들어야 했습니다. 솔로몬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했던 것은, 백성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을 때 그 다툼을 두고서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이 무엇인가, 하나님이 무엇이라 말씀하시는지 “알아듣는 마음”이었습니다. “알아듣는 마음”이라는 표현은 이미 옛 이집트의 지혜 전통에서도 신들의 뜻을 이해한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알아듣는 마음”은 백성을 자신에게 맡겨 주신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을 어떻게 재판하며 다스려야 하는지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는 마음입니다.

 

 열왕기상 3장 10절 앞부분에서는 솔로몬의 “이 말이 주님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이번에는 길게 11~14절에서 솔로몬에게 다시 말씀하십니다. 12절에서는 “내가 너에게 지혜롭고 분별력 있는 마음”을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알아듣는 마음”이 바로 지혜로운 마음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통치자의 지혜는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하나님이 맡기신 백성의 마음을 잘 살피는 것이 참 지혜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늘 귀를 기울이고 백성의 말을 귀담아듣는 것이 참 지혜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섬기는 통치자는 이 지혜를 얻기 위해, 재판할 때마다 그 순간 하나님이 들려주시는 말씀을 알아듣기 위해서 하나님께 늘 간절히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도로 통치합니다. 통치 전체가 기도입니다. 그런 통치자는 백성의 말을 한마디도 허투루 들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혜로 이름을 떨쳤던 솔로몬도 끝까지 그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죽은 뒤에 곧바로 나라가 갈라졌습니다.

 

 이는 나라를 다스리도록 뽑힌 사람뿐만 아니라 기독교계 안의 크고 작은 온갖 공동체를 맡아 돌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맘속 깊이 간직해야 할 기막힌 가르침이 아닌가요?

 

박동현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구약학 교수 은퇴, 새한글성경 구약 책임 번역자

 

※필자 주:이 연재물에서는 성경 말씀을 새한글성경에서 인용합니다. 허락된 지면이 제한되어 있어서 기존 한글성경에 어떻게 번역되어 있는지는 낱낱이 밝히지 않습니다. 기존 성경과 새한글성경의 차이를 직접 찾아보시면 여러모로 유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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