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공보 연재] 기막힌 그 말씀 (8) "돌아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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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9-04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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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한국기독공보」 인터넷 판 2025년 8월 28일자에 게재된 연재물 [기막힌 그 말씀] <8>(https://www.pckworld.com/article.php?aid=10775297235)을 한국기독공보사의 허락을 받아 옮겨 적은 것입니다.
“돌아오너라, 뒤돌아 나간 자식들아!” 새한글성경 예레미야 3장 22 상반절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아시리아에게 망해버린 지 100년이 지난 북왕국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하나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2600여 년 전에 선포된 말씀입니다.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부모, 그렇지만 그 서운함보다는 떠나간 자식들이 망해서 고생하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여전히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으로 “돌아오너라”고 애타게 부르신 것입니다. 6~7절에서는 이렇게 예레미야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보았느냐? 나에게서 돌아서서 나간 여자인 이스라엘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 여자는 높은 산과 울창한 나무 아래라면 어디든지 그리로 가서 거기서 놀아났다. 나는 생각했다, 그 여자가 이런 온갖 짓을 한 뒤에는 나에게로 돌아올 것이라고. 그러나 그 여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북왕국 백성 전체를 하나의 여성 인격체로 뭉뚱그려 부르는 어법을 사용하여, 사랑하는 아내한테서 버림받은 남자의 마음으로 한탄하신 것입니다.
돌아오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끝까지 뿌리친 것은 북왕국만이 아닙니다. 남왕국 유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형제의 나라 북왕국이 망하는 것을 보고도 “그 여자의 자매이면서 나를 배신한 여자인 유다”(7절)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마찬가지로 가서 자신도 놀아났다. … 마음을 다해 나에게로 돌아오지 않았다! 거짓으로 돌아왔을 뿐이다.”(8~10절) 그래서 유다도 결국 망했습니다. 저 멀리 북쪽 정복자들의 땅으로 사로잡혀 갔습니다.
한 세기 뒤, 하나님은 그 가운데 일부를 고향으로 되돌아오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들에게도 하나님은 예언자 스가랴를 통해 다시 돌아오라고 말씀하십니다. “돌아오너라, 나에게로! … 그러면 나도 너희에게 돌아가겠다. … 너희 조상들처럼 되지 마라. 이전 예언자들이 그들에게 외쳤다. … 부디 돌아오너라, 너희 악한 길, 너희 악한 행동에서부터! 그러나 그들은 듣지 않았고 나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슥 1:3~4)
하나님의 백성에게 돌아오기를 촉구하는 말씀은 성경 곳곳에서 더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여, 여호와 곧 아브라함과 이삭과 이스라엘의 하나님께로 돌아오세요. 그러면 여러분 가운데 아시리아 임금의 손아귀를 벗어나 남은 사람들에게로 그분이 돌아오실 겁니다.”(대하 30:6) “너희는 돌아오너라, 이스라엘 사람들이 거세게 반항했던 하나님에게로!”(사 31:6) “돌아오세요, 이스라엘, 여호와 그대의 하나님께로! 그대가 그대 자신의 잘못에 걸려 넘어졌으니까요. 여러분은 말씀을 받아 가지고 여호와께로 돌아오세요.”(호 14:1~2). “이제라도 … 돌아와라, 나에게로! 너희 마음을 다해, 금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욜 2:12) “내가 너의 죄악들을 구름처럼, 너의 죄들을 안개처럼 사라지게 했다. 돌아와라, 나에게로! 내가 너를 되샀으니.”(사 44:22) “악인은 자기 길을 버리세요. 못된 짓 하는 사람은 자기 생각들을 버리세요. 여호와께로 돌아오세요. 그러면 여호와께서 그런 사람을 가엾이 여기실 것입니다. 우리 하나님께로 돌아오세요. 하나님이 넉넉히 용서하실 것이니까요.”(사 55:7) “돌아오너라, 나에게로! 그러면 나도 돌아가겠다, 너희에게로!”(말 3:7)
이처럼 하나님은 뒤돌아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 백성과 계속 씨름하셨습니다. 끝없이 거듭되는 배신의 역사와 돌아오라고 거듭거듭 부르시는 은혜의 역사가 구약의 역사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누가복음 15장의 비유를 새롭게 읽어볼 만합니다. “작은아들은 가진 것을 다 모아 먼 지역으로 떠나 버렸어요.”(13절) “제정신이 돌아오자”(17절) “일어나서 자기 아버지한테 갔어요”(20절) 돌아온 아들을 따듯이 맞이한 아버지는 “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고 말씀하십니다(24절). 이 비유가 그저 하나님을 모르다가 알게 된 개개인을 위한 말씀으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믿고 섬긴다고 해왔으나 실제로는 배신을 거듭했던 공동체를 향해 하시는 말씀으로도 읽힙니다.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말씀하신 뒤 2천 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리스도의 교회와 선교 2세기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한국교회 모두 하나님의 엄청나게 큰 은혜를 입고도 끊임없이 하나님한테서 뒤돌아 나가 온 마음으로 제대로 돌아올 줄 모르고, 그저 돌아오는 체만 해온 것은 아닐까요?
구약의 이스라엘이 보여 준 배신의 역사에서 참마음으로 하나님께 돌아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합니다. 주님한테서 뒤돌아 나갔다가 주님께로 돌아온다는 것조차 사람의 힘만으로는 아예 할 수 없지 않을까요? 그런데 예레미야 3장 22상반절의 “돌아오너라, 뒤돌아 나간 자식들아!” 바로 뒤에 이어지는 말씀이 우리에게 큰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돌아서서 나간 너희의 여러 잘못을 내가 고쳐 주겠다.” 돌아오는 것과 관련된 모든 조치는 하나님 친히 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시는 말씀이 아닙니까? 이 부르심에 우리도 22 하반절 말씀으로 응답합니다. “보십시오, 우리가 주님께 나아왔습니다. 주님이 여호와 우리 하나님이시니까요.”
박동현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구약학 교수 은퇴, 새한글성경 구약 책임 번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