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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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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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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보병연대 평화교회로부터

 

 

  충성! 맹추위가 아직 기승을 부리던 3월 초 대한성서공회에서 군부대에 성서를 기증해 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흥분되었습니다. 제가 당시 사역했던 부대는 경기도 연천 최전방 GOP연대였습니다. 사역하는 교회는 4교회, 각 교회마다 100여 명의 장병들이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각종 작전과 근무, 훈련과 작업에 지치고 힘든 용사들이 주일이면 교회로 와서 예배를 통해 힘을 얻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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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희 군종목사와 8보병연대 평화교회 장병들>

 

  2010년 여름, 초임 군종장교로 임관한 저는 열악한 교회 상황에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긴 장의자마다 성경과 찬송가가 2권씩 놓여 있었는데 예전 <개역한글판> 성경과 구 찬송가, 심지어는 세로쓰기 성경까지 비치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장병들이 성경을 찾아서 읽는 것은 소수의 몇몇 인원만 가능한 일이었고 예배시간에 그저 스크린에 의지해서 설교 본문을 읽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랬기에 대한성서공회에서 성경을 기증해 주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믿음으로 400권을 신청하였습니다. 성경이 도착하자마자 기쁜 마음으로 각 교회마다 100권씩, 장의자 자리 자리마다 한 명당 한 권씩 볼 수 있도록 비치를 하였습니다. 휑해 보였던 교회가 새 성경책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전방 연대급 교회에는 성경을 읽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쉽게 도전을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교회에 새 성경책이 가득 차자 몇몇 집사님들이 오셔서 저에게 먼저 성경통독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건의를 해 오셨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기증 받은 2주 후부터 군인가족들과 군종병들과 함께 두 달 간의 일정으로 성경통독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교회에 모여서 함께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고 다과를 나누며 친교를 나누는 사건이 시작되었습니다. 며칠하다가 지쳐서 포기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들 너무 행복해하고 더욱 성경에 대해 깊이 알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GOP장병들에게 시원한 음료, 과일, 부침개 등을 준비해서 나누는 위문 행사도 계획해서 하였습니다.

  성경을 함께 읽기 전까지는 교회에서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성경이 그들 손에 한 권씩 쥐어지고, 함께 읽어 나가니 역동적인 교회로 바뀌어 갔습니다. 그 이후 2명의 집사가 새로 임명되고 하나님 앞에 군선교의 일꾼이 되기로 작정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성경으로 인한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이었습니다.

  기증 받은 성경은 예배시간에도 근무로 인해 교회에 못 나오는 GOP, GP, 격오지 용사들에게 아주 귀하게 전달되어 믿음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며, 대한성서공회의 위대한 사역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새로운 부대로 전출 오게 되었지만 다시 한 번 지면을 빌어 대한성서공회의 섬김과 노력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기도로 동역하고자 합니다.
 

출처 : 2012년 성서한국 가을 58권 3호, 14쪽, 허원희 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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